전쟁 위협도 사회재난으로 다뤄야 한다, DMZ 지뢰 폭발이 드러낸 법체계의 틈
전쟁 위협도 사회재난으로 다뤄야 한다: DMZ 지뢰 폭발이 드러낸 법체계의 틈 | LDSCA 기고문
지난 9월 21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고의 최종 조사 결과를 계기로, 적의 위협이 우리 재난관리 법체계 안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짚어 봅니다.
전쟁 위협도 사회재난으로 다뤄야 한다
DMZ 지뢰 폭발이 드러낸 법체계의 틈
키워드 DMZ 지뢰 폭발 · 사회재난 · 민방위기본법 · 정전체제 · 위기소통 · 위험성평가

01.10월 9일까지 확인된 사실
사고는 9월 21일 오전 10시 50분경 경기 파주 지역 우리 측 비무장지대에서 제25보병사단 장병들이 수색로 개척작전을 수행하던 중 두 차례 폭발로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간부 3명이 다쳤고, 이 가운데 2명은 중상, 1명은 경상입니다. 합참은 2주 뒤인 10월 5일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북한군이 군사분계선 이남에 매설한 지뢰가 원인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2015년 8월 파주 일대 DMZ 목함지뢰 사건 이후 11년 만에 같은 유형의 피해가 되풀이되었다는 점에서 사회적 충격이 큽니다.

원인 판단의 근거는 9월 26일부터 29일까지 유엔사와 함께 실시한 합동 현장조사와 10월 2일 접수된 국과수 최종 감정에서 나왔습니다.
한 가지 짚어 둘 점이 있습니다. 보도 초기에 널리 쓰인 '목함지뢰'라는 표현은 합참이 수지 반보병지뢰로 정정했습니다. 형태는 목함지뢰와 같지만 재질이 플라스틱이며, 북한이 1969년부터 운용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재질 차이는 뒤에서 다룰 탐지 체계의 한계와 직결됩니다.
02.전쟁 위협은 법적으로 재난인가
흔히 전쟁을 사회재난의 한 유형으로 이해하지만, 현행법의 답은 다릅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조는 사회재난을 화재·붕괴·폭발·교통사고·화생방사고·환경오염사고·다중운집인파사고 등으로 인한 일정 규모 이상의 피해, 국가핵심기반의 마비, 감염병과 가축전염병의 확산, 미세먼지 피해로 열거합니다. 적의 침공이나 무력 도발은 이 목록에 없습니다. 목록에 있는 화생방사고 역시 사고를 뜻할 뿐, 적의 공격까지 포괄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습니다.
적의 위협은 별도의 법체계가 다룹니다. 세 법률의 역할을 나란히 놓으면 구조가 선명해집니다.
이 가운데 두 체계를 실제로 잇는 법률은 민방위기본법뿐입니다. 이 법은 민방위를 적의 침공이나 안녕 질서를 위태롭게 할 재난으로부터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방공, 응급 방재·구조·복구, 군사작전 노력 지원 활동으로 정의합니다. 동원 요건이 되는 민방위사태에는 전시·사변 같은 비상사태, 통합방위사태, 재난안전법상 재난사태나 특별재난지역 선포 같은 국가적 재난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안보위협과 재난은 법률상 나뉘어 있지만, 주민 보호라는 마지막 단계에서는 하나의 체계로 합쳐지는 구조입니다.

재난안전법이 열거 방식을 취한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가기반체계라는 용어가 국가핵심기반으로 바뀌었고, 미세먼지와 다중운집인파사고가 차례로 추가되었습니다. 대부분 큰 사건을 겪은 뒤에 이루어진 개정입니다. 사회재난의 범위는 이론적으로 설계되었다기보다 사고가 날 때마다 넓어져 왔다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03.정전체제 국가라는 조건과 민방위
한국을 흔히 '전쟁 중인 나라'라고 부르지만, 법적으로는 1953년 정전협정 이후 73년째 정전체제에 놓인 분단국가입니다. 전쟁이 끝나지 않았으되 교전은 멈춘 상태, 이 모호함이 한국 재난관리의 고유한 조건을 만들었습니다.
민방위 제도가 그 결과물입니다. 민방위기본법은 1975년 인도차이나 공산화라는 안보 충격과 기상이변에 따른 재난 증가를 함께 배경으로 제정되었습니다. 출발부터 안보와 재난이라는 이중 목적을 품은 제도라는 뜻입니다. 이 성격은 오늘날 훈련 달력에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최근의 변화는 제도의 대상을 넓히는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8월 훈련에서는 외국인이 22개 언어로 대피소 정보를 받을 수 있는 앱이 안내되었고, 서울 롯데월드타워에서는 피난용 승강기를 활용한 초고층 건물 공습대비 시범훈련이, 어린이집과 장애인복지관 등에서는 안전취약계층 맞춤형 대피훈련이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공습이라는 안보 시나리오를 다루면서도 실제 내용은 초고층 피난, 취약계층 대피처럼 재난관리의 과제와 거의 겹칩니다.

04.군과 국방부 대응에서 드러난 과제
이번 사고에서 군이 판단을 서두르지 않은 것 자체는 정당합니다. 어느 쪽 지뢰인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정하면 군사적 긴장을 불필요하게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군은 사고 2주 만에 최종 결론을 내렸고, 결론 당일 지뢰지대 제거 작전까지 실행했습니다. 다만 최종 조사와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사실을 종합하면, 개인의 판단 문제가 아닌 구조적 과제 네 가지가 확인됩니다.
위험을 식별하고도 현장 확인까지 걸린 1년
국방부가 10월 7일 국정감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합참은 2025년 9월 감시장비로 MDL 이남에서 땅을 파헤친 굴토 흔적을 식별하고 유엔사에 공동조사를 건의했습니다. 육군 지상작전사령부도 다섯 차례 서신을 보내 공동조사를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정전협정에 따라 MDL 이남 DMZ 출입을 통제하는 유엔사의 현장 조사는 사고가 난 뒤에야 이루어졌습니다. 국방부는 당시 유엔사가 이를 방어적 지뢰 매설로 보고 정전협정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산업안전의 위험성평가 논리로 보면 위험요인을 식별한 조직과 현장 확인을 승인하는 조직이 분리되어, 확인 절차가 기한 없이 멈춘 상태에 해당합니다.
군 내부의 과제도 남습니다. 국방정보본부장은 매설을 확증하지는 못했지만 의심 지역은 있었다고 답했고, 국정감사에서는 사고 전 무인 장비나 지뢰제거 로봇을 투입하지 않은 이유가 질의되었습니다. 의심 지역 인근 작전의 위험성평가에 이 정보가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추가 의심지역에 대한 유엔사의 현장 확인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며, 국방부는 DMZ 관리 방식 일부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방안을 유엔사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비금속 위협에 취약한 탐지 체계
지뢰가 일정한 간격으로 여러 발 묻혀 있었는데도 사전 탐지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중간조사 단계에서 합참은 수년간 쌓인 잡목 때문에 지뢰가 탐지기의 성능 깊이보다 아래에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플라스틱 재질이라는 특성까지 더해지면 금속 반응에 의존하는 기존 탐지 방식은 구조적으로 불리합니다. 지뢰덧신 등 개인 보호구의 방호 성능과 실제 부상 정도의 관계는 공개 자료로는 확인되지 않으므로, 보호구가 실제 위협에 맞게 설계되어 있는지 별도로 검증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고 현장 접근의 지연
사고는 21일에 났지만 유엔사와의 합동 현장조사는 기동로를 확보한 26일 이후에야 시작되었고, 27일 1차 조사에서는 폭발 추정 지점 근처까지만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미확인 지뢰지대에 조사 인력을 서둘러 투입할 수 없다는 사정은 충분히 이해되며, 결과적으로 최종 결론까지 2주가 걸렸습니다. 그러나 사고 직후의 증거 보존과 초기 판단이 늦어질수록 사실관계를 둘러싼 논란은 커집니다. 지뢰지대 사고에 특화된 신속 조사 절차와 원격 조사 장비를 평시에 갖추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위기소통의 혼선
사고 초기 군은 어느 측 지뢰로 보인다는 진술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말씀드리기 제한된다고 답했고, 이후 진술이 엇갈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뢰 명칭은 목함지뢰에서 수지 반보병지뢰로 정정되었습니다. 최종 발표 이후 국정감사에서는 발표문에 '도발'이라는 표현이 들어가지 않은 경위와 부처별 메시지의 차이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공식 정보와 메시지가 정렬되지 않는 동안 그 자리를 추측과 정치적 해석이 채웠습니다. 재난관리에서 위기소통의 기본은 확인된 사실, 현재의 추정, 아직 모르는 것을 구분해 알리는 것이며, 여러 부처가 관여하는 사안일수록 정부 차원의 단일한 사실 기준이 먼저 정리되어야 합니다.
05.이원화된 법체계가 만드는 사각지대
네 가지 과제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군 작전의 영역 안에서 발생했고, 그 정보가 민간 재난관리 체계와 연결되지 않은 채 처리되었다는 점입니다. 정전체제 아래에서 DMZ 안의 위험은 군과 유엔사의 관할이지만, 그 위험의 결과는 경계를 넘어옵니다. 접경지역 주민의 영농과 출입, 장마철 하천을 따라 흘러내려 올 수 있는 유실 지뢰, 긴장 고조 시의 주민 대피는 결국 지방자치단체와 민방위 체계가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북한 외무성이 10월 6일 성명에서 제거 작전이 자국 영토를 침범하면 대응하겠다고 위협한 만큼, MDL 경계 해석을 둘러싼 이견이 추가 제거 작전의 위험 요인으로 남아 있다는 전문가 지적도 나옵니다.
문제는 법이 둘로 나뉘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닙니다. 군사 작전과 재난관리는 목적과 지휘 체계가 달라 하나로 합치기 어렵고, 합칠 필요도 없습니다. 핵심은 두 체계 사이에 위험 정보가 흐르는 통로가 제도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번 사고에서는 그 통로의 부재가 군과 민간 사이뿐 아니라 한국군과 유엔사 사이에서도 드러났습니다. 모든 위험을 하나의 관점에서 다루는 통합위험관리(all hazards) 접근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재난학에서는 이미 전쟁을 인적재난 또는 복합재난으로 다루고, 민방위기본법도 전시와 국가적 재난을 하나의 민방위사태로 묶어 대응합니다. 현실의 대응과 학문적 분류는 이미 전쟁 위협을 재난으로 보고 있는데, 재난관리의 기본법만 이를 목록 밖에 두고 있는 셈입니다. 연구소는 무력 공격으로 인한 민간 피해를 재난안전법상 사회재난에 준용하는 연계 조항을 두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군사 작전의 지휘 체계는 그대로 두되, 주민 보호와 피해 복구, 위험 정보 공유만큼은 재난관리 체계 안에서 작동하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06.개선 방향
AI와 센서 기술은 매력적인 해법이지만 과신은 금물입니다. 식생이 빽빽하고 지형이 험한 DMZ 환경에서 각 기술이 어느 정도의 탐지 성능을 보이는지는 아직 공개적으로 검증된 자료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도입을 전제로 하기보다 실증 과제로 먼저 성능과 한계를 확인하는 단계적 접근이 현실적입니다.
07.한계와 남은 과제
정전체제 73년은 안보위협을 일상의 일부로 만들었지만, 그 위협을 재난관리의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은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번 사고가 군사적 대응의 문제로만 소비되지 않고, 위험을 찾고 추적하고 알리는 국가 위기관리 체계 전반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현장 적용 체크포인트
· 유엔군사령부, DMZ 지뢰 폭발 사고 관련 입장문, 2026.09.30.
· 합동참모본부, DMZ 지뢰 폭발 합동 현장조사 TF 최종 조사결과 브리핑, 2026.10.05.
· 국회 국방위원회, 국방부 국정감사(2026.10.07.) 및 합동참모본부 국정감사(2026.10.08.)
·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조(정의), 법률 제20867호
· 「민방위기본법」 제2조(정의), 제26조(민방위대의 동원)
· 행정안전부, 2026년 8월 공습대비 민방위 훈련 안내, 2026.08.19. / 국민안전24, 2026년 안전한국훈련 일정
· 연합뉴스·뉴스핌·경향신문·헤럴드경제 등 관련 보도, 2026.09.21.~10.09.
· AI 재난안전전문가
· 무대안전관리사 (글로벌 프로젝트 포함)
· 전기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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